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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441

눈빛으로 말하다 / 나호열 눈빛으로 말하다 / 나호열 떠나보지 않은 사람에게 기다려 보지 않은 사람에게 손아귀에 힘을 주고 잔뜩 움켜쥐었다가 제 풀에 놓아버린 기억이 없는 사람에게 그리움은 찾아오지 않는다 달빛을 담아 봉한 항아리를 가슴에 묻어놓고 평생 말문을 닫은 사람 눈빛으로 보고 눈빛으로 듣는다 그리움은 .. 2007. 4. 15.
언어의 궁전을 찾아 헤매는 자 시인은 언어의 궁전을 찾아 헤매는 자이다. 시인은 언어의 궁전을 찾아 헤매는 자이다. 언어의 궁전을 찾아 이미지에 딱 맞는 희귀한 언어의 보석을 취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시인이 의미에 매달릴 때 그 시는 빛깔과 향기를 잃어버린다. 시인이 이미지에 눈길을 줄 때 시는 곧잘 난해의 함정에 빠져.. 2007. 3. 8.
눈물이 시킨 일 / 나호열 p r a h a 눈물이 시킨 일 / 나호열 한 구절씩 읽어가는 경전은 어디에서 끝날까 경전이 끝날 때쯤이면 무엇을 얻을까 하루가 지나면 하루가 지워지고 꿈을 세우면 또 하루를 못 견디게 허물어 버리는, 그러나 저 산을 억 만 년 끄떡없이 세우는 힘 바다를 하염없이 살아 요동치게 하는 힘 경.. 2007. 1. 23.
청풍에 가다 / 나호열 적성산성 / p r a h a 청풍에 가다 / 나호열 불현듯 앞을 막아서는 안개 때문이라고 뒤늦은 발걸음 뉘우칠 수는 없겠네 한 계절 꽃 피우던 얼굴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까맣게 타버린 씨앗 눈물 대신 발밑에 뿌려두었으니 함부로 밟아서도 성급히 손으로 거두어도 되지 않을 일 청풍은 잠시도 발길 멈추지.. 2006. 12. 5.
두 나무의 대화 / 나호열 두 나무의 대화 / 나호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까닭은 당신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당신 옆에 내가 서 있을 때 내가 아름다워지기 때문이야 당신이 내게 필요한 까닭은 내가 당신 곁에 서 있을 때 당신이 아름다워지기 때문이야 2006. 11. 25.
나호열 / On the way -이루마에게 On the way -이루마에게 나호열 나는 길 위에 길 안에 길에 있는가 어둠이 깊어야 눈이 맑아지고 햇빛이 사라져야 눈이 밝아진다 생은 미망의 거미줄 목적지를 배워야 비로소 열리는 길 2006. 11. 2.
두물머리 / 나호열 두물머리 나호열 곧고 푸른 길이 있다 눈여겨 보지 않은 곁길 한번은 큰 맘 먹고 휘돌아가야 하는 길 양지녁을 골라 풀꽃 피듯 주저앉은 마을 길가로 가슴을 열어둔 예배당은 퇴락해 가면서도 즐겁다 죄 짓지 않은 사람들 목례도 없이 지나쳐 갈 뿐 돌계단에는 이끼만 푸르다 그 길을 간다 가슴 가까이.. 2006. 10. 19.
귀인(貴人)을 기다리며 / 나호열 귀인(貴人)을 기다리며 나호열 당신에게 귀인이 찾아올 것입니다 아무리 꼭꼭 잠구어도 마음 시린 바람은 틈새로 스며들었고 꽃들은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 날 이후부터 문을 열어 두었다 바람과 먼지가 제멋대로 끼여들었다 갈증을 가득 안은 채 사막을 건너가는 사람 주지도 않고 가져가기만 .. 2006. 10. 19.
흘러갔다 / 나호열 흘러갔다/ 나호열 나는 흘러갔다 낮이나 밤이나 비오는 날이나 바람 부는 날에도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를 만나지 못하고 영원히 나는 나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나는 흘러갔다 촘촘한 세월의 그물을 뚫고 赤貧으로 사라지기 위하여 이렇게 흘러가는 것인가 서럽게 서 있던 역이 흘러갔다 그렇게 완고.. 2006. 10. 19.
너는 슬프냐? / 나호열 너는 슬프냐? / 나호열 왜 그러냐고 어떻게 할거냐고 채근을 하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참으로 할 말이 없다 햇볕 맑은 날 이런 날은 쉬임없이 걷고 걸어 이 세상 끝에 빨래처럼 걸리고 싶다 걸레도, 깊은 곳 가려주던 속옷도 가지런히 한 줄에 매달리면 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깃발일 뿐이다, 아무 것.. 2006.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