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詩441 아름다운 집 1 아름다운 집 1/ 나호열 내일이 하안거 해제일인데 그들은 아직도 묵언수행 중이다 햇볕은 다람쥐 등 무늬에 얹혀 팔랑거리고 쪽물 든 바람이 몸을 비틀자 산길의 꼬리가 살랑거리는데 문 열릴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머리 위로 뭉게구름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태워버려야 할 말들이 아직.. 2008. 9. 5. 노고단 가는 길 출처-세상과 세상사이 노고단 가는 길 / 나호열 빠른 길 일부러 놓치고 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흘러가는 냇물이 마음을 씻어주고 숲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몸을 씻어주고 비탈진 돌길 오르다 언뜻 보이는 하늘 한 자락 잡아당겨 흐르는 땀을 씻었다 화사 花蛇 한 마리 느긋하.. 2008. 8. 24. 낮달 daum 이미지 낮달 / 나호열 바람이 슬며시 옷자락을 당기듯이 당신을 생각할 때 오래된 구두를 깁고 있는 내 모습이 어른거린다 슬픈 짐승의 가죽 같은 가슴은 피의 더운 색깔을 지워버리고 단단히 동여매었던 이야기는 실밥이 터져버렸다 아직은 걸어야 할 길이 더 남았다는 듯이 내가 깁고 있는 것은 .. 2008. 8. 17.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2 p r a h a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2 / 나호열 그대 옆에 가만히 서 본다 보이지 않는…… 바람에 기대어 보면 그대는 없고 속 깊은 고목의 흔들림 가끔은 깨닫는다 가슴을 덥히지 못하는 누구의 허수아비인가 문득 떠나보는 사람들 그 넓은 바다 그 무덤, 그 기슭에서 반복되는 질문은 쓰디쓰게.. 2008. 8. 8. 눅눅하다 눅눅하다 / 나호열 세월은 빠르게 가고 추억은 느리게 온다 마치 깊은 산에서 잃어버린 메아리처럼 밑창이 닳은 얼굴로 내 앞에 앉는다 혼자 듣는 음악이 식고 혼자 마시는 차가 흘러간다 느리게 낡아가는 웃음을 새장 속에서 꺼내도 날아갈 줄 모른다 어느 사람에게 추억은 사막을 펼쳐 놓거나 깊고 .. 2008. 8. 1. 나의 노래 p r a h a 나의 노래 / 나호열 가슴에 알을 품고 있어 누가 그런 거짓말을 내게 했나 알이 깨지고 그 때마다 가슴에 창이 하나씩 생겨나긴 했지만 나는 그 새들을 보지 못했다 내가 보듬고 왔던 것은 빈 둥지 얼음장 같은 부화되지 않은 묵언 두 팔로 허공을 끌어안을 때 일획을 그으며 내 생의 좌측에서 .. 2008. 7. 26. 길을 찾아서 길을 찾아서/ 나호열 옷고름 여미듯이 문을 하나씩 닫으며 내가 들어선 곳은 어디인가 은밀하게 노을이 내려앉던 들판 어디쯤인가 꿈 밖에 떨어져 있던 날개의 털 길 모퉁이를 돌아 더러운 벤치에 어제의 신문을 깔고 누운 사람이여 어두운 계단을 점자를 읽듯이 내려가며 세상 밖으로 쫓기듯 떠나가.. 2008. 7. 25. 탑과 벽 탑과 벽 / 나호열 하찮은 돌멩이들도 쌓으면 탑이 된다 절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늘 그윽한 발걸음으로 서있는 그대를 만나기 위해 하늘을 받치고자 함이었는데 아, 나는 탑이 되지 못하고 벽이 되었구나 얼굴에 가득한 낙서 급전대출과 주점 안내문 가까운 것은 주검이고 그대의 하늘을 가리고만 있.. 2008. 7. 6. 별에게 별에게 / 나호열 나도 그런 눈빛으로 깊이, 너의 가슴에 묻히는 무덤이 되고 싶다. 시집-[망각은 하얗다] (1990년 초판 인쇄) 2008. 7. 6. 물안개 - p r a h a 물안개 / 나호열 앞이 캄캄하고 하늘은 더 막막할 때 나는 물안개를 보러 간다 물이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향기도 없고 형체도 없는 물방울 꽃들이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잎을 내미는지 몸의 슬픔마저도 함께 배워 버렸다 물은 고독을 닮아 너무 물렁물렁해서 헤집을수록 더 깊.. 2008. 6. 29.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