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詩445 조롱 밖의 새 p r a h a 조롱 밖의 새 / 나호열 간밤의 두통은 문을 두드리는 부리로 쪼아대는 듯한 그대의 절규 때문이다 내 안에 있는데 밖에서 열 수 밖에 없는 문고리는 팔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량의 물과 한 웅큼도 안되는 양식과 차양막 사이로 간간히 들어오는 햇빛 그대는 수인처럼 내 속에서 울었다 그 .. 2009. 1. 3. 긴 편지 p r a h a 긴 편지 / 나호열 風磬을 걸었습니다 눈물이 깨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거든요 너무 높이 매달아도 너무 낮게 내려놓아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오래 있다가 이윽고 아주 오랜 해후처럼 부둥켜 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와르르 눈물이 깨질 때 그 안에 .. 2009. 1. 1. 그녀의 소설 그녀의 소설 / 나호열 언제부터의 동행인지 발걸음을 슬쩍 끼워 맞추며 물었다 주인공이 될 수는 없을까요 그는 산을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관령을 넘자 소금기가 섞인 어둠이 밀려오고 시종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나가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지요 아, 그 말 슬퍼요 지나가는 바퀴, .. 2008. 12. 21. [동영상]타인의 슬픔 / 나호열 2008년 12월 18일 / 프라하 타인의 슬픔 / 나호열 문득 의자가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의자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으므로 제 풀에 주저앉았음이 틀림이 없다 견고했던 그 의자는 거듭된 눌림에도 고통의 내색을 보인 적이 없으나 스스로 몸과 마음을 결합했던 못을 뱉어내버린 것이다 이미 구부러지.. 2008. 12. 19. 또 다시 숲에 와서 또 다시 숲에 와서 / 나호열 숲에 오면 나는 공연히 눈물이 나는 것이다 주소가 없어 부쳐지지 못한 한 뭉치 소포처럼 웅크린 저 소나무가 낯익다 여기 꼼짝하지 말고 있어 날은 어두워지는데 총총걸음으로 사라져버린 엄마를 기다리다 혼자 어른이 되어 버린 나는 소나무와 함께 또다시 눈시울이 붉.. 2008. 12. 15. 눈물 눈물 / 나호열 길에도 허방다리가 있고 나락도 있다고 하여 고개 숙이고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눈물은 꽃 지고 잎 지고 나서야 익을대로 익는 씨앗처럼 고개를 숙여야 숨을 죽였다 길은 시작도 끝도 없어 우리는 길에서 나서 길에서 죽는다고 꿈에서나 배웠을까 문득 내가 한 자리에 멈추어 서 있을 때.. 2008. 12. 10. 금서 禁書를 쓰다 금서 禁書를 쓰다 / 나호열 그날 밤 나를 덮친 것은 파도였다 용궁 민박 빗장이 열리고 언덕만큼 부풀어 오른 수평선이 내 몸으로 쏟아져 들어 왔다 빨랫줄에 걸린 집게처럼 수평선에 걸려 있던 알 전구가 몸의 뒷길을 비추었다 상처가 소금 꽃처럼 피어 있는 뒷길은 필요 없어 거칠지만 단호하게 일회.. 2008. 12. 3. [신간 시집]타인의 슬픔 [신간 시집] 타인의 슬픔 지은이 - 나호열 타인의 슬픔 1 / 나호열 문득 의자가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의자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으므로 제 풀에 주저앉았음이 틀림이 없다 견고했던 그 의자는 거듭된 눌림에도 고통의 내색을 보인 적이 없으나 스스로 몸과 마음을 결합했던 못을 뱉어내버린 것이.. 2008. 11. 12. 아름다운 집 2 아름다운 집 2 - 燕谷寺 동부도 나호열 백중날 피아골 절집은 비어 있다 하릴없이 바람이 지나가는지 배롱나무는 허물 대신 붉은 꽃잎을 퉤퉤 내뱉고 누렁이는 산쪽으 로 귀를 세운다 태어나면서 꽃으로 피고 살면서 꽃으로 지고 죽어 장작더미에 올라 마지막으로 훨훨 꽃으로 너울대었으니 창도 없고.. 2008. 10. 28. 김옥희씨 김옥희씨 / 나호열 열둘 더하기 열둘은? 이십사 팔 곱하기 팔은? 육십 사 이백오십육 곱하기 이백오십육은? 아..외웠는데 까 먹었네, 생일이 언제? 구월 이십 팔일 오늘은 며칠? 그건 알아서 뭐해 그 날이 그 날이지 자목련 꽃진지 이미 오래인데 왜 꽃이 안 피냐? 저 나무는 ..아홉시 반에 타야 하는 차를.. 2008. 10. 24. 이전 1 ··· 31 32 33 34 35 36 37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