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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441

독과 약, 또는 독약 독과 약, 또는 독약 / 나호열 나란히 있다 아니 서로를 서로 속에 감추며 독도 약이 될 수 있는지 약도 독이 될 수 있는지 치사량을 가늠할 수 없다 저 붉은 사과 나는 금단의 붉음과 둥금을 입맛 다시며 절대절명의 순간을 겨누고 있다 저 원융 圓融 속에 이빨이 박히는 순간 찌르르 내 생을 가르며 지.. 2009. 1. 10.
폭설 / 나호열 p r a h a 폭설 / 나호열 하늘이 똥을 누신다 무량하게 경전을 기다리는 사람들 위로 몇 날 며칠을 똥을 누신다 거름이다 말씀이다 사람들이 만든 길을 지우고 몇 그루의 장송도 넘어뜨렸다 아우성에도 아랑 곳 없이 부질없는 쇠기둥을 휘게 만들었다 하늘에 방목한 것은 조개, 양떼, 새털 이름을 가진 구.. 2009. 1. 10.
나는 폐허가 좋다 나는 폐허가 좋다 / 나호열 열 길 우물 속에서 개구리 운다 경전을 받아 적으려 바닷가 창문을 열어놓고 지새우는 밤 질기고 질긴 한숨소리 같은 저 파도의 질문, 한 마디의 말 폐허에는 독 오른 풀들이 자란다 베고 또 베어내도 귓전 떠나지 않는 울음소리 마음 베이는 소리 열 길 우물 속에서 폐허의 .. 2009. 1. 9.
해돋이 해돋이 / 나호열 다시는 아침에 눈 뜨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간절하게 아침이 오지 않기를 기도 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살고 있어도 예쁜 악마같이 해는 솟아오른다 눈을 가린다고 햇빛을 막을 수 없고 저녁과 새벽 다음에는 어김없이 아침이 온다 어느 사람은 바다에서 어느 사람은 높은 산정에서 불.. 2009. 1. 8.
아름다운 집 2 아름다운 집 2 - 燕谷寺 동부도 나호열 백중날 피아골 절집은 비어 있다 하릴없이 바람이 지나가는지 배롱나무는 허물 대신 붉은 꽃잎을 퉤퉤 내뱉고 누렁이는 산쪽으로 귀를 세운다 태어나면서 꽃으로 피고 살면서 꽃으로 지고 죽어 장작더미에 올라 마지막으로 훨훨 꽃으로 너울대었으니 창도 없고 .. 2009. 1. 5.
몸살 몸살 / 나호열 당신이 오셨네요 온 몸을 신열에 들뜨게 하시고 살갗을 뚫고 뼈에 그리움을 낙인 찍으려는지 발자국 소리가 숨길을 누르고 있네요 그러니 어찌 하겠어요 당신 스스로 오셨으니 스스로 떠나가시라 하면 야속한 말인가요 길들여지지 않은 고삐를 거부하는 야생마에게 큐피드의 화살은 소.. 2009. 1. 4.
조롱 밖의 새 p r a h a 조롱 밖의 새 / 나호열 간밤의 두통은 문을 두드리는 부리로 쪼아대는 듯한 그대의 절규 때문이다 내 안에 있는데 밖에서 열 수 밖에 없는 문고리는 팔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량의 물과 한 웅큼도 안되는 양식과 차양막 사이로 간간히 들어오는 햇빛 그대는 수인처럼 내 속에서 울었다 그 .. 2009. 1. 3.
긴 편지 p r a h a 긴 편지 / 나호열 風磬을 걸었습니다 눈물이 깨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거든요 너무 높이 매달아도 너무 낮게 내려놓아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오래 있다가 이윽고 아주 오랜 해후처럼 부둥켜 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와르르 눈물이 깨질 때 그 안에 .. 2009. 1. 1.
그녀의 소설 그녀의 소설 / 나호열 언제부터의 동행인지 발걸음을 슬쩍 끼워 맞추며 물었다 주인공이 될 수는 없을까요 그는 산을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관령을 넘자 소금기가 섞인 어둠이 밀려오고 시종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나가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지요 아, 그 말 슬퍼요 지나가는 바퀴, .. 2008. 12. 21.
[동영상]타인의 슬픔 / 나호열 2008년 12월 18일 / 프라하 타인의 슬픔 / 나호열 문득 의자가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의자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으므로 제 풀에 주저앉았음이 틀림이 없다 견고했던 그 의자는 거듭된 눌림에도 고통의 내색을 보인 적이 없으나 스스로 몸과 마음을 결합했던 못을 뱉어내버린 것이다 이미 구부러지.. 2008.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