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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풍경 너머의 풍경

롭스 & 뭉크 - 남자 & 여자

by 丹野 2006. 10. 13.

 

 

 

 

오늘 덕수궁,

 

은행나무  아직 푸른 겨자빛이다.

 

벚나무,  몇 잎씩 물들기 시작했다.

 




19세기 벨기에 작가 롭스(Felicien Rops, 1833~1898)와 20세기초 노르웨이의 표현주의의 대표작가 뭉크(Edvard Munch, 1863~1944)의 판화작품을 ‘남자와 여자’라는 공통 소재 측면에서 접근한 작품들로 묶은 전시이다. 두 작가 모두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며 19세기 세기말 유럽 화단경향과 표현주의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전시기간 : 2006. 8. 11(금) - 10. 22(일)
전시장소 : 덕수궁미술관

전시설명회
 ¤ 전시설명회가 매일 오전 10시, 오후3시에 있습니다.(매주 목·금요일 오후 6시30분 1회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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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앞 분수대, 햇빛 밀어 올리려다, 올리려다 그만 스러져버리고

 

 


 

미술관 앞마당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배롱나무꽃, 져  단단해진 씨방 하늘에 대고 흔드니

 

푸른 하늘에 구름마저 흩어져 흩어져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 풀어제치고 하늘로 올랐다. 올랐다.

 

구름 끝자락 너머 어디쯤에 앉아있고 싶은, 마음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가을 햇볕, 아직 푸른 은행나무 그림자 흔들고..흔들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그 빛 받으며, 미술관 나무 의자에 앉았다- 앉아 있었다.

 

아무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가을 오후가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발길 돌리려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빛 너머, 가만히 서있을 때

 

내 앞을 지나가는 눈빛 총총한 학생이 흔적을 남겨주었다

 

 

-롭스와 뭉크-를 만나러 가서

 

  나혜석의 '캉캉무희'를 만났고 천경자의 '청춘의 혼'을 만났다.

 

  떨림을 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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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ch / 마돈나 Madonna 리도그래프 Lithograph c. 445×605 1895/1902

 

 

 

뭉크는 이 작품에서 여성을 사랑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존재로 표현한다.

풍만한 육체와 긴 머리카락, 여인을 둘러싼 소용돌이 같은 곡선, 사랑의 정점을

표현하면서도 뭉크는 죽음을 강렬하게 의식했다.

 

무아의 열정으로 머리를 뒤로 제치고 사랑을 만끽하고 있는 이 여성은 뭉크가 평생 관심을 가진 ‘사랑과 죽음’의 함수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뭉크가 <마돈나>에서 마음 속에 그려본 환상은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조화를 이룬 순종적인 여자다움에 대한 열정적인 묘사다.

 

황홀경에 빠진 여성의 얼굴은 약간 위로 들려있고 눈은 무아지경에 이른 듯 감겨있다.

이 작품의 모델은 노르웨이 여인 다그니 유을로 음악공부를 위해 베를린으로 유학 온 미모의 여성이었다. 뭉크는 다그니 유을을 향한 애정, 질투를 바탕으로 매혹적인 작품을 남겼다.

 

 

 

 

munch / 병든 아이 I Sick Child I 리도그래프 Lithograph c. 570×425 1896

 

이 모티브는 뭉크가 가장 많이 사용한 것들 중 하나이다. 작가는 스스로 “이 작품으로
인하여 자신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며, 그것이 자신의 예술에 있어서 하나의 돌파구가
되었다고 말한다. 뭉크는 그의 나이 열네 살 때 한살 위 누이 소피가 어머니와 같은 병,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누이의 죽어가던 모습은 뭉크의 가슴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던

누이의 모습이 어린 뭉크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것이다.

동일한 주제의

두 석판화는 같은 판을 달리 해서 색의 효과를 추구한 의미도 있지만
특정 모티브에 대한 그의 애착으로 이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