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의 습관
조용미
연두는 바람에 젖으며, 비에 흔들리며, 중력에 솟구쳐 오르며, 시선에 꿰뚫리며
녹색이 되어간다
웅크렸다 풀어지며 초록의 세계로 진입하는 견고함이다
초여름 햇살이 개입하는 감정들이
차례차례
나뭇잎을 두드린다
장대비에 튕겨 나간 초록들이 아스팔트에 흥건하다
황금비가 쏟아진 수목원 그늘진 바닥에
신비한 노란빛들이
꿈틀거린다
노랑과 초록의 지층이 켜켜이 쌓인 순간들이라면,
모감주나무의 본관은 연두이기에 환희와 적막이 어긋나고 마주 보는 잎사귀들을 달게 되었다
—월간 《현대시》 202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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