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길을 걷다
둥근 귓바퀴를 감싸도는 바람이 등나무를 흔들었다
입술을 오므리니 탄식 같은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왔다 두 손을 맞잡으니 동그라미가 생겼다
모퉁이에 몸을 맞추고 그림자를 굴리며 골목길 밖으로 빠져나왔다
얼마나 오랜 시간 길 밖의 사람들이 길 안쪽으로 들어왔는지, 얼마나 빨리
길 안쪽의 사람들이 길 바깥으로 빠져나갔는지
닳아버린 골목길이 해진 신발처럼 너덜거렸다
사랑이라는 말은, 너덜거리는 신발 밑창에 붙어 있었다.
낮게 엎드려야 보이는 그것, 이 사랑이었다.
-김경성
-2017. 5. 17일 사진과인문반 - 성북동 길에서 사랑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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