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사랑한다 / 나호열

by 丹野 2006. 2. 9.

 

사랑한다 / 나호열

 

 

누가 처음 그 말을 가르쳐 주었을까
나는 누구에게 그 말을 처음으로 전해 주었을까
어둡고 습기찬 곳으로
무릎을 꺾고 허리를 구부려야 보이는
낮은 사람들 사이에
한 알의 씨앗을 소중히 심듯이
그날에, 눈물은 한없이 맑아져 갔던가
누가 처음 그 말을 가르쳐 주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구에게 처음으로 그 말을 전해 주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회오리바람 몰아치는 높은 나무 가지
둥지를 남겨두고 떠나버린 새는
어디에 있는지
바람에 귀를 씻고
침묵으로 눈을 닫는다

 

 

 

 

사랑한다 / 나호열

 

 

 그 말을
 평생에 한 번만 허락하셨기에
 어느 사람은 너무 서둘러 가난하였고
 누구는 너무 신중하여 길을 놓치고 말아
 그 사람들
 망연한 가랭이 밑으로
 지렁이가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네
 땅의 용
 시궁창에서 시궁창으로 가는 모습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네
 알몸을 밀고 당기며

 

 

 

2485

'나호열 시인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윽고 나는 고요해졌다  (0) 2006.03.04
춤 / 나호열  (0) 2006.02.21
모래를 쌓다  (0) 2006.02.01
돌멩이의 꿈  (0) 2006.01.28
물안개 / 나호열  (0) 200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