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찾아서] 혹독한 계절을 모질게 지나온 나무들의 이른 봄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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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더 높은 곳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시련의 계절을 보내는 태장리 느티나무. | |
[2011. 2. 14] | |
지난 겨울이 남긴 상채기를 붙안고 마을 어귀에 쓸쓸히 서 있는 태장리 느티나무. | |
태장리 느티나무에서는 옛날부터 당산제를 지냈지만, 한 동안 당산제를 지내지 않았답니다. 몇 해를 거르고 다시 당산제를 지낸 것은 최근 얼마 전부터라네요. 나무를 바라보며 함께 선 노파는 이 마을에 서있는 작은 교회의 권사입니다. 노파는 하나님이 아닌 나무 같은 데에 정성을 드리는 마을 사람들이 못마땅합니다. 그래서 나그네에게도 모든 지혜는 성경에서 나온다며,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권하십니다. | |
한 달 쯤 늦게 피어난 천리포수목원의 납매 꽃. | |
모질게 세월이 흐릅니다. 그래도 꽃은 피어납니다. 천리포수목원에는 엊그제부터 납매의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노랗게 피어나는 소박한 꽃입니다. 하지만, 다른 꽃을 보기 어려운 계절이어서, 납매의 꽃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혹한을 뚫고 피어나는 꽃이 고맙기만 합니다. 설 연휴를 마치고 돌아온 지킴이들도 무척 기다렸던 모양입니다. 설 쇠고 돌아오자 가장 먼저 돌본 게 납매의 개화 소식이었습니다. | |
늦었기에 더 화려한 개화를 꿈꾸는 납매 꽃망울들. | |
돌아보니, 납매의 개화는 늦어도 너무 늦은 겁니다. 음력 섣달인 납월 시작되면 피어나는 꽃이어서, 납매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인데, 이듬해 정월, 그것도 중순 되어서야 겨우 꽃을 피웠으니까요. 지난 겨울의 추위는 납매도 견디기 힘들었던 게 분명합니다. 몽실몽실 피어난 꽃망울을 눈길로 어루만지다가 문득 꽃들의 시간 속으로 틈입합니다. 그들을 스쳐간 시간을 거슬러 짚어보다가 꽃은 어느 순간에 갑자기 피어나는 게 아니라는 지극히 뻔한 사실을 다시 생각합니다. | |
오후의 찬란한 햇살을 머금어 더 검붉은 빛으로 드러난 복자기 열매. | |
검붉은 날개를 달고 하늘 가에 걸린 복자기 열매도 그렇습니다. 아직 제 자리를 찾아 날아가지 못하고, 가지 끝에 매달려 간당이는 복자기 열매는 사람이 모르는 사이에 가만가만 다음 세상을 준비합니다. 저 하나하나의 씨앗들이 이뤄갈 다음 세상은 더 아름다운 세상이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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