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적성산성 적성비 앞 2010.03.26
어제 저녁 나호열 은은한 양탄자 노을은 발자국 소리를 순하게 만들어
산자락을 휘감아 돌아오던 종소리를 기억하고 방금 갓 구운 빵이 적당히 식어가며 뿜어내는 밀밭의 가슴을 더듬게 한다 수런거리는 날숨의 고단함을 오랫동안 기다리다 떠난 사람의 체온이 여적 남은 나무 의자 그 곁에서 지나간 신문을 읽듯 잊어버리고 싶으나 결코 잊히지 아니하는 슬픔 따위를 너무 멀리는 말고 손 내밀면 닿을락 말락한 그맘 때 쯤 좋겠네 귓가에 헤살거리는 들릴 듯 말 듯 노여움을 용서하기에 딱 알맞게 경계를 지우는 어둑한 숨결
- 월간문학 201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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