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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어제 저녁 / 나호열

by 丹野 2012. 2. 26.

  

                                                        단양 적성산성 적성비 앞 2010.03.26

 

 

어제 저녁

                                  나호열

 

은은한 양탄자 노을은 발자국 소리를 순하게 만들어

산자락을 휘감아 돌아오던 종소리를 기억하고

방금 갓 구운 빵이 적당히 식어가며 뿜어내는

밀밭의 가슴을 더듬게 한다

 

수런거리는 날숨의 고단함을

오랫동안 기다리다 떠난 사람의 체온이 여적 남은

나무 의자 그 곁에서 지나간 신문을 읽듯

잊어버리고 싶으나 결코 잊히지 아니하는 슬픔 따위를

너무 멀리는 말고 손 내밀면 닿을락 말락한 그맘 때 쯤

 

좋겠네 귓가에 헤살거리는 들릴 듯 말 듯

노여움을 용서하기에 딱 알맞게

경계를 지우는 어둑한 숨결

 

모두 다 어제 저녁 일이다

 

  

- 월간문학 201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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