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세상과 세상 사이

바람의 흔적, 존재를 찾아서 / 나호열

by 丹野 2010. 5. 11.

 

 

 

 

 

 

 

 

 

 

 

 

 

 

 

 

 

 

 

 

 

 

 

 

 

 

 

 

  

 

바람의 흔적, 존재를 찾아서”/ 나호열

 

         -'폐사지에서'부분

 

 

낯 선 곳으로의 이동은 경이롭다.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그러므로 어떤 묘사로도 담아낼 수 없는

그 어떤 곳이 존재한다는 것,

그곳에서도 뭇 생명과 마을과 사랑과 미움이 바람의 흔적처럼 남아 있다는 것이 눈물겨웁다.

 

잠깐 잠깐 스쳐 지나가는 표지판의 마을 이름,

숫자화된 도로명이 그 되돌아가야 할 곳을 알리는 따스한 손길이고 눈짓이 될 때,

바람은 비로소 자신이 지니고 있는 소멸의 실체를 부스러기처럼 흔적으로 남긴다.

 

우리의 삶은 무엇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어느 사람은 바람을 잡아두고 싶어 하고, 어느 사람은 바람을 그리고 싶어한다.

그러니 우선은 바람 앞에 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연의 마주침, 분기와 생성, 이동, 사라짐 또는 소멸...

 

끊임없이 다가서는 관념은 바람에 찢겨지고, 펄럭이며,

흔들리는 자신을 느끼게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세상이 바람으로 가득하다.

정지한 바람, 뛰어가는 바람,

저 집도, 저 산도, 나무도, 구름도,

모든 것이 다 바람이다.

   

바람을 거역하는 본능과 본능을 제압하려는

자아의 분투 속에서 사랑은 사생아처럼 태어난다.

   

바람의 흔적은 폐허로 남을 때 가장 아름답다.

폐허는 사랑으로 온전히 남아 있다.

 

 

 

 솟을모란꽃살문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 생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