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1 수종사 꽃담
부서진 것들도
꽃으로 피어날 수가 있다
제 안의 열정이 넘쳐 터져버린,
더 많은 것을 흡수하려 제 몸에 상처를 내고
가벼워질수록 더 높이 오를 것 같아
깊은 금을 그어
그 틈새로 새어드는 바람 앞에
순순히 자신을 놓아버린 와편(瓦片)들,
부서질 때의 아찔함은 순간이었고
지붕이 되지 못하고 내던져졌던
상처의 틈새에
다시 흙이 스며들어
대 숲에 이는 바람
흘러가지 않게 꽃담장이 되었다
깨어지고 부서져도
처음의 빛깔을 놓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부서진 것들끼리
켜켜이 쌓여
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 것을
졸시 - 낙산사의 꽃담장 / 김경성-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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