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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모래를 쌓다

by 丹野 2006. 2. 1.

 

                                                                                                                                                         p r a h a

 

 

모래를 쌓다 / 나호열

 

길지 않은 생을

모래만 푸다 말 것 같다

모래를 푸다 배운 것은

모래가 되기도 쉽지 않다는 것과

모래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살아온 시간 보다 더 많은

공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하염없이 모래를 푸고 나르는 일이

빛나는 일은 아니지만

하염없이 그 누군가의 몸속에 들어가서

튼튼한 기둥, 그 기둥 속에 숨은

내력이 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모래는 기쁘게 자기 몸을 던진다

자기 마음을 숨긴다

 

모래를 푸고 나르고 쌓는 일도

경전을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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