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r a h a 칼에게 묻다 / 나호열
옆구리가 터진 치약처럼 지구의 바깥으로 밀려나는 느낌 몸을 누르면 언제나 엉뚱한 곳으로 하혈하는 슬픔이여 그믐밤 표지판 없는 길을 걸어 문득 만나게 되는 새벽 몸의 바깥은 서늘한 물기로 가득하고 얼마나 많은 몽유의 시간은 시퍼렇게 물의 칼날을 세웠던가 몸에 베인 마음들 뒷길로 돌아 무디게 날을 부수고 또 부수었는데 이제는 바람이 되어 완강하게 죄 없는 나뭇잎과 꽃잎들을 떨구어 내는 몸이여 더는 갈 수 없는 끝에 닿으면 솜사탕처럼 솜이불처럼 녹거나 풍화될 것인데 슬픔은 아직도 견고하다 뿌리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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