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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누군가 속으로 울었다 / 권현영

by 丹野 2009. 2. 6.

 

 

 

 

누군가 속으로 울었다

 

권현영

 

 

비행길 타고 싶어

청동 말잔등 같은 바다가 보고 싶어

어둠이 비상착륙해 있는 비행장 지나

눈 내리는 포구에 서니

눈발이 소리 없이 빰을 후려친다

 

살얼음 박힌 억새밭

억새만 무성하게 자란 사리포구

배가 드나들었던 자리

바다도 게도 아무것도 키우지 않는

검은 자궁 바라본다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속으로 생을 앓고 있는 자의

내지를 줄 모르는 비명이

혹 이명처럼 내 안에서 새어 나왔는지도

 

눈 내리는 포구를 느릿느릿 혼자 걸어가는

암고양이의 엉덩이를 바라본다

포구를 낳은 것이 저 암고양이가 아니었을까

포구였던 자리 바다도 배도 출렁거리지 않는 곳

암고양이처럼 무언가 낳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