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
조용미
태풍이 지나가고 가시연은 제 어미의 몸인 커다란 잎
의 살을 뚫고 물속에서 솟아오른다
핵처럼 단단한 성게 같은 가시봉오리를 쩍 가르고
혹자줏빛 혓바닥을 천천히 내민다
저 끔찍한 식물성을,
꽃이 아니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꽃인 듯한
가시연의
가시를 다 뽑아버리고 그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 나는
오래 방죽을 서성거린다
붉은 잎맥으로 흐르는 짐승의 피를 다 받아 마시고 나
서야 �은
비명처럼 피어난다
못 가장자리의 방죽이 서서히 허물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금이 가고 있는 그 소리를
저 혼자 듣고 있는 가시연의 흑자줏빛 혓바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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