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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가시연 / 조용미

by 丹野 2009. 2. 6.

 

 

 

 

가시연

 

조용미

 

 

태풍이 지나가고 가시연은 제 어미의 몸인 커다란 잎

의 살을 뚫고 물속에서 솟아오른다

핵처럼 단단한 성게 같은 가시봉오리를 쩍 가르고

혹자줏빛 혓바닥을 천천히 내민다

 

저 끔찍한 식물성을,

꽃이 아니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꽃인 듯한

가시연의

가시를 다 뽑아버리고 그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 나는

오래 방죽을 서성거린다

 

붉은 잎맥으로 흐르는 짐승의 피를 다 받아 마시고 나

서야 �은

비명처럼 피어난다

못 가장자리의 방죽이 서서히 허물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금이 가고 있는 그 소리를

저 혼자 듣고 있는 가시연의 흑자줏빛 혓바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