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계 / 조용미
죽은 듯한 나날들,
밖으로 신음 소리를 내본다
삶이 한 음계 더 낮아진다
낙우송 잎들이 깃털을 날리며
오래 떨어져 내린다
자동 응답기가 돌아간다
은행나무 숲이 하얗게 변한다
내 마음의 지도를 펼치니
온통 비포장도로,
먼지를 뒤집어쓰고 허옇게 서 있는
도로변의 나무들
저 치욕을 어떻게 견딜까
죽음의 두 눈알을 꺼내 삶의
텅 빈 눈구멍에 끼워본다
몸을 빌린 눈이 쏟아내는 물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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