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극의 거장, 레프 도진도 만나 봤고, 캐나다의 로베르 르빠주, 리투아니아의 에이문타스 네크로슈스, 영국의 데클란 도넬란,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도 만나 봤는데, 미국 현대연극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면? 이제 2008년에는 미국의 거장 연출가를 만나볼 차례이다.
미국 현대연극의 살아있는 역사, ‘리 브루어’가 그의 화제작 <마부 마인의 인형의 집>으로 LG아트센터를 찾는다. 일흔 한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과감한 도전정신과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직감으로 여전히 미국 실험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연극계의 진정한 거장, 리 브루어. 연극팬이라면 이것만은 꼭 알아두자!
'리 브루어는 마법의 연출가이며, 갖가지 아이디어들과 장르, 스타일과 텍스트 그리고 기술들을 한데 엮어 새로운 연극 스타일을 창조해 내는 연금술사이다’-뉴욕 타임즈
'연극의 개척자, 리 브루어.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그 특유의 날카롭고 도발적인 특성들은 그가 평단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던 1970년대나 지금이나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하버드大 가제트지(2005년)
'아방가르드 연극의 전설적인 거장’-시카고 트리뷴 **사진 왼쪽부터 극단 마부 마인 공동예술감독들, 연출가 리 브루어
▶유럽 연극전통에서 독립한 미국만의 연극 전통을 수립하다! 1970년대, 리 브루어는 로버트 윌슨, 리처드 포먼과 함께 ‘이미지 연극’의 3대 연출가로 불리며 미국 실험극을 조형했다. 그러나 그를 여타 연출가들과 구분 짓는 것은 바로 미국의 하위문화와 고급문화를 융합하고 다양한 예술장르들을 혼합하며 비유럽적인 문화들을 수용하여 유럽 연극에서 벗어난 새로운 미국의 연극전통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이다. 대규모 작품보다는 소규모 작품을 선호하고 서민적이고 다문화적이며 진보적이면서도 비엘리트적이고 탈유럽적인, 한 마디로 비주류의 것들을 한 데 끌어 안은 그의 작품들을 통해 비로소 ‘새로운 미국의 고전주의’가 수립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끊임없이 연극의 보석을 채굴해 내는 ‘마부 광산(Mabou Mines)’을 설립하다! 리 브루어는 1970년에 현대음악가 필립 글라스, 연출가이자 배우인 루스 말렉체크 등의 예술가들과 함께 공동 창단한 극단 ‘마부 마인’을 현재까지 이끌어 오며 미국 실험극의 최고봉으로 우뚝 서게 한 장본인이다. 이 극단의 이름은 자신들의 첫 작품을 준비했던 캐나다의 노바스코샤 지역의 ‘마부 광산(Mabou Mines)’을 따서 지은 것인데, 이 이름처럼 연극이라는 거대한 광산에서 보석 같은 작품들을 채굴해 내고 있다. ‘설립 초기 한 발은 극장에, 한 발은 미술관에 딛고 있었다’는 리 브루어의 표현과 같이 극단 마부 마인은 연극이라는 장르에 시와 문학, 음악, 인형극, 비디오 등의 시각 예술 등 다양한 컨셉들을 결합시켜 새로운 연극 언어를 창조했다. 또한 공동집단으로서 멤버들이 모든 작품에 대해 ‘공동저작권’을 가진 점도 특이하다. 젊은이들이 꿈과 이상만으로 시작했을 것이라는 인상과는 달리 현재까지 37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이 설립 비전을 지켜오며 여전히 미국 현대연극에서 숭배의 대상으로 존재하고 있다.
'현대연극계에서 ‘마부 마인’이라는 이름은 일종의 숭배의 표상이 되었다. 동시대 연극인들에게 이 극단은 아방가르드 연극의 모델로 표현된다.’-뉴스위크
'한없는 상상력을 지닌 극단’-런던 타임즈
▶고전을 새롭게 하다! 베케트, 소포클레스, 셰익스피어, 입센, 아이스킬로스… 그 어떤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도 ‘마법의 연출가’ 리 브루어의 손을 거치면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된다. 그는 연극, 뮤지컬, 인형극, 오페라 등을 자유자재로 혼합하고 다채로운 상징과 은유를 구사하는 마술을 부린다. 베케트의 세 작품을 올려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리 브루어는, 이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가지고는 등장 인물의 성(性)을 바꿔 공연하는 파격을 보였고, 소포클레스의 비극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모건 프리먼, 더 블라인드 보이즈 오브 알라바마 등 오로지 흑인 배우와 가수들만을 기용해서 흑인 가스펠 <콜로노스의 가스펠>로 대변신 시켰다. 남녀의 키차이를 극대화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마부 마인 인형의 집> 그리고 피터팬의 원작자 J.M. 베리의 소설을 인형극으로 무대화한 <피터와 웬디>도 빼놓을 수 없는 수작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이 오로지 파격이나 충격을 노린 테크닉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리 브루어는 베케트의 작품 연출 이후 베케트가 졸업한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컬리지에서 ‘베케트 연구 강좌’의 의장으로 초청되었고, 그의 <인형의 집>은 입센 서거 100주년 기념으로 노르웨이의 입센 페스티벌에서 초청되어 큰 호평을 받는 등 이 위대한 원작 작가들의 추종자들까지도 감탄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고대 비극의 종주국인 그리스의 도시 파트라스(Patras)는 2006년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제주(祭酒)를 바치는 여자들>의 연출을 그에게 의뢰했다. 원작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동시대 관객들을 위해 새롭게 탄생시키는 리 브루어의 비범한 능력을 입증해 주는 사례들이다. **사진 왼쪽부터 '인형의 집','Red Beads', '콜로너스의 가스펠', '피터와 웬디'
▶거장에게 경의를 표하라! 리 브루어의 연출작 중 무려 8개나 되는 작품들이 브로드웨이의 토니상에 비견되는 오프-브로드웨이 최고 권위의 상인 ‘오비(OBIE)’상을 수상했다. 또한 그는 케네디 센터상, LA 연극비평가협회상 등 연극계의 저명한 상들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콜로노스의 가스펠> 공연으로는 그래미상(음반부문)과 에미상(연출부문), 토니상(극본), 퓰리쳐상(희곡) 등에 노미네이션 되기도 했다. 예술계에 끼쳐온 그의 지대한 공로로 각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이들에게 수여되어 일명 ‘천재상’이라고 불리우는 ‘맥아더상’과 프랑스 문화부에서 수여한 예술문학 훈장(레종 도뇌르) 등을 수여 받았다.
2003년 초연 이후 에딘버러 페스티벌, 입센 페스티벌, 파리 가을 페스티벌, 호주 브리즈번 페스티벌, 싱가포르 페스티벌 등 전 세계에서 초청 받으며 현재 가장 활발한 투어를 하고 있는 리 브루어의 대표작 <인형의 집>. 이번 내한공연은 이 거장의 진면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2008년 4월 4일 금요일 오후 8시 티켓링크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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