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풍경 너머의 풍경

피나 바우쉬 무용단

by 丹野 2008. 2. 28.
피나 바우쉬 무용단
Pina Bausch Tanztheater Wuppertal

Nefés(네페스:숨)

2008.03.13 - 16
삶의 호흡이 불어 넣어주는 희망
공연기간 2008.03.13 - 16
평일 8 pm, 주말 4 pm
연출 세트 디자인 및 영상 : 페터 팝스트 (Peter Pabst)
의상 디자인 : 마리온 시토 (Marion Cito)
주최 LG아트센터
음악 마티아스 부커트 (Matthias Burkert), 안드레아스 아이젠슈나이더 (Andreas Eisenschneider)
안무 피나 바우쉬 (Pina Bausch)
출연 독일 피나 바우쉬 부퍼탈 무용단 (Pina Baush Tanztheater Wuppertal)
소요시간 2시간 50분 (중간 휴식 20분 포함)
입장권 VIP석-12만원, R석-10만원, S석-8만원, A석-6만원, B석-4만원
기타 ※ 본 공연은 연출상 물을 사용합니다.
공연안내 피나 바우쉬가 선보이는 새로운 도시 시리즈,
이번엔 터키(Turkey)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 시대 현대 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쉬(Pina Bausch)가 터키의 이스탄불을 소재로 한 새로운 ‘도시 시리즈’ 작품 를 가지고 다시 한국을 찾는다. ‘도시 시리즈’란 피나 바우쉬가 특정 국가나 그 국가의 도시를 테마로 하여 제작한 일련의 작품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탈리아 로마를 소재로 한 를 시작으로 , 을 거쳐 최근작 에 이르기까지 총14개의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낯선 곳에서 마주친 이국적인 풍광, 새로운 경험과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으로부터 받은 감흥은 일흔이 가까운 나이의 피나 바우쉬로 하여금 쉼 없이 창작 활동에 매진하며 간간이 무대에도 설 수 있도록 해주는 활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스탄불로 향하는 마법의 양탄자 – The New York Times

터키어로 ‘숨(Breath)’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네페스>는 피나 바우쉬가 2002년 여름 무용단과 함께 3주 동안 터키에 체류하며 받았던 영감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그 동안 외부세계가 가지고 있던 터키에 대한 이미지가 정치적인 갈등이나 종교적인 긴장감 등으로 점철되어 있었다면, <네페스>는 이들이 몸소 부딪히며 겪은 터키의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문화와 그 곳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친밀하고 편안한 인상들을 반영하고 있다. 2003년 독일 부퍼탈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그 전까지 발표했던 피나 바우쉬의 작품 중에서 단연 최고라는 찬사를 받으며 이후 까다로운 무용 관객이 모여있는 파리와 세계 공연 예술의 중심지 뉴욕 등지에서도 공연되며 호평을 얻었다.


다양한 이미지로 변주되는 ‘물의 도시’ 이스탄불
유려하고도 감각적으로 펼쳐지는 춤의 향연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에 걸쳐 있는 도시 이스탄불.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 역사와 문화의 도시는 피나 바우쉬의 오랜 예술적 동반자, 피터 팝스트(Peter Pabst)가 디자인한 절제된 무대 위에서 다양한 ‘물’의 이미지로 변주된다.검은 여백으로 채워졌던 단조로운 무대는 어느새 물이 차올라 호수가 되고, 이 물은 다시 이슬비로 내렸다가 갑자기 폭우가 되어 몰아치고, 마침내는 광대한 파도의 장관으로 투영된다. 열기가 피어나는 터키식 목욕탕에 수건을 두르고 나란히 누운 남자들, 대기 중으로 터져 사라지는 비누방울, 리드미컬하게 물결치는 여자들의 탐스러운 머리카락, 드레스 자락으로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온화한 바람, 도로를 가득 메우고 질주하는 자동차의 행렬… 마치 흥미로운 기념품들이 가득 담긴 여행 스크랩북을 펼친 것처럼 <네페스>는 신비로운 나라 터키와 ‘물의 도시’ 이스탄불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기억들과 함께 복잡하고 분주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로 하여금 잠시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그 동안 피나 바우쉬 작품 속의 대사와 행위에 익숙해져 있었다면 앙상블을 비롯해 솔로와 듀엣으로 다채로운 춤의 향연이 펼쳐지는 <네페스>는 특별히 더 새롭고 신비로운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혼탁한 이 시대에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 같다. - TIME

피나 바우쉬는 <네페스>를 통해 그녀가 경험했던 아름다움을 되돌려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그녀는 지금까지의 것들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을 창조해냈다. – 평론가 패트리샤 보카도로



 

 

 

 

 

 

 

 

 

 

 

 

 

 

 

 

 



“화려하다!”


이 말은 피나 바우쉬의 안무에 자주 적용되는 단어는 아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쉬이 강하고 통렬하고 풍자적이며 또한 가끔씩은 연민이 넘친다고 여겨지곤 한다. 그렇지만 화려하다고? 몇 개나 되는 작품이 화려했던가?


<네페스>는 화려하다. 그리고 이 작품이 가장 특출난 점은 최소한의 무대 장치 위에서도 화려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대부분은 거의 있는 그대로를 드러낸 무대 위에서 공연된다. 그 가운데에서 화려하게 보이는 것은 바로 피나 바우쉬의 안무다. […]


분명히 이스탄불은 바우쉬를 매혹시켰다. 터키어로 ‘숨’을 뜻하는 <네페스>는 남자무용수들이 터키식 목욕탕에 팔다리를 뻗고 누워 친절하게 서로를 마사지해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곧 이어 여자 무용수들이 흘러내리는 긴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등장한다. 이를 통해 바우쉬는 이 작품의 두 가지 모티프를 드러낸다. 바로 머리카락이다.

이 두 가지 모티프의 흐름은 거의 세 시간에 달하는 작품 전반에 걸쳐 안무에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바우쉬의 다른 작품들처럼 다양한 음악의 콜라주에 맞춰 춤추어진다. 그 중에는 예상했던 바대로 터키의 음악도 있지만 톰 웨이츠(Tom Waits)나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도 있다.

이 작품에는 20여명의 매력적이고도 젊은 무용수들이 출연하지만 큰 규모의 앙상블은 그리 많지 않다. 대신 바우쉬는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솔로와 듀엣을 선사하고, 그 대부분은 굉장히 화려하다. 격렬한 스텝으로 물이 튕겨나가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많은 부분은 부드럽고 유려하며 감각적인 움직임들로 차 있다. 발은 미끄러지고, 팔은 물결치며, 손은 섬세한 모양들을 만들어낸다. 많은 이미지들이 풍성함과 즐거움을 안겨다 준다. 작품 곳곳에선 향연이 벌어지고, 거기엔 정교함이 깃들어 있다. […]


긴 머리로 얼굴을 덮고 일렬로 늘어선 여자 무용수들. 남자 무용수들이 그녀들에게 다가갈 때 그녀들의 머리카락은 더욱 더 럭셔리하게 보이고, 머리카락은 매혹의 베일이 된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뒤로 튕겨 넘겨질 때마다 드러나는 그녀들의 얼굴에선 광채가 발산된다.


물은 <네페스> 전체에 걸쳐 등장한다. 무대 중앙부의 작은 웅덩이는 천천히 물이 차올라 이스탄불이 물에 의해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으로 나뉘어져 있는 도시임을 연상케 해준다. 그 가운데 펼쳐지는 에피소드에서는 여자 무용수들이 물가 양쪽에 모여 물에 쟁반을 띄워 서로 주고 받으면서 티 파티(tea party)를 벌인다.

피터 팝스트(Peter Pabst)의 간결한 무대 디자인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놀라움들로 터질 듯 하다. 1부의 종반부에 이르면 진짜로 폭포수가 무대 뒤편을 가로질러 갑자기 떨어져 내리고, 2부에서는 커튼 위로 장대한 물의 경관이 펼쳐지는 가운데 그 앞에 모여든 이들은 마치 보스포러스 해협으로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처럼 보이게 된다.

아마도 피나 바우쉬가 이스탄불을 방문했던 것은 행복한 사건이었음이 틀림없다. […] <네페스>는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증가하는 테러리즘이나 검열, 성적인 억압, 세속적인 관용과 종교적인 근본주의와 같은 터키의 이미지로부터 굉장히 자유로운 작품이다. […] 그러한 점에서 <네페스>는 일종의 낭만적인 여행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페스>는 삶의 호흡을 이스탄불로 그리고 종국에는 세계의 모든 도시로 끊임없이 불어넣을 수 있다는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 본 리뷰는 2006년 뉴욕에서 공연된 작품 <네페스>에 대한 평론가 잭 앤더슨(Jack Anderson)의 리뷰를 요약, 번역하였습니다. (출처 : New York Theatre Wire 사이트)

 

 

 

 

 

 

 

 

 

 

 

 

 

 

 

 

 

 

 

 

피나 바우쉬를 사랑한 거장들

 

세계의 문화예술을 이끌어가고 있는 거장들. 그들의 영혼을 자극하고 영감으로 채워주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이들을 울고 웃게 만들고, 이들의 인생을 바꿔놓은 진정한 거장이 있다. 바로 피나 바우쉬. 그녀는 왜 그토록 많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까? 거장들이 그녀에 대해 얘기한다.

스페인의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Pedro Almodovar : 1951~)


2003년 국내에서 개봉했던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그녀에게 (Talk to her :2002)>는 피나 바우쉬의 작품 <카페 뮐러>가 삽입된 장면으로 시작해서 <마주르카 포고>의 장면으로 끝이 난다. 그의 전작 <내 어머니의 모든 것 (Todo Sobre Mi Madre : 2000)>을 보면 주인공 마누엘라의 아들 방에 피나 바우쉬의 <카페 뮐러> 공연 포스터가 붙여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그 때 당시만 해도 그것이 독일 출신의 위대한 무용가에게 바치는 경의 이상의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후 <그녀에게>의 시나리오 집필을 막 완성한 그는 다시 그 포스터 속의 피나 바우쉬를 보게 되면서 영화에 대한 큰 영감을 받게 된다.

"포스터 속에서 얇은 슬립을 입고 눈을 감고 손과 팔을 뻗은 채 탁자와 의자 같은 장애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피나 바우쉬의 모습. 그 모습은 내 이야기 속의 남자 주인공이 살아가고 있는 불확실성의 상태를 대변해주고 있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혼수상태에 빠진 두 여인. 그녀들은 명백히 무력할 지 모르지만 마치 일어나서 반짝 눈을 뜨고 끊임없이 조잘거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위안을 주고, 긴장과 열정, 질투, 욕망 그리고 각성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들입니다. 그러다 또 <마주르카 포고>를 보게 되었고 그 안에 넘치는 생동감과 낙천주의에 흠뻑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작품에 흐르는 목가적인 분위기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지독히 아름다운 이미지들은 저로 하여금 순수한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 제가 특별히 부탁했을지라도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을 얻어낼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나 바우쉬는 이 영화에서 제가 열고 들어가서 닫고 나오는 가장 훌륭한 문이 되어 주었습니다."


수퍼 스타 발레리나, 실비 길렘 (Sylvie Guillem : 1965~)


"피나 바우쉬와 함께 일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그녀와 함께 일하게 되면
그녀를 숭배하는 신도가 되어버릴 거에요."







20세기를 대표하는 패션 사진 작가
헬무트 뉴튼 (Helmut Newton : 1920~2004)


에로틱한 누드와 패션 사진으로 20세기 사진사에 불후의 발자취를 남긴 독일 출신의 사진 작가 헬무트 뉴튼. 그는 패션사진가로서의 활동영역을 철저히 수단화하며 독특한 문화 코드를 내재한 또 다른 사진의 세계를 개척함으로써 패션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여성의 누드, 그것도 옷 안에 감춰진 아름다운 육체에 집착했던 뉴튼에게 ‘패션은 열어 젖혀야 할 무대의 커튼’과 같은 것이었고, 패션의 이면에 가려진 에로티시즘은 꿈과 욕망, 상상과 현실이 빚어낸 또 하나의 변주곡이었다. 이러한 뉴튼의 카메라 앵글에 포착된 피나 바우쉬 역시 매우 흥미로운 모습이다.


Crocodile eating ballerina, photo by Helmut Newton

그가 1983년 부퍼탈 극장의 <처녀성의 전설 (The Legend of Virginity)> 공연에서 촬영한 장면은 악어에게 상반신을 먹히는 피나 바우쉬의 하반신 누드 사진이다. 이 사진은 2004년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의 패션 누드 사진전에서 전시되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벨기에 현대무용단(Les Ballets C de la B)의 안무가
알랭 플라텔 (Alain Platel : 1959~)



오늘날 벨기에를 세계 현대 무용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한 주역들 중 하나인 안무가 알랭 플라텔. 그는 무용에 대한 관심을 싹 틔워 주고 자신의 열정에 불을 지핀 사람은 바로 피나 바우쉬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전의 무용가들이 단지 아름다운 몸을 이용해 스텝을 구성하는 것이 안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면 피나 바우쉬가 개척한 방법은 혁명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무용수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들을 개성있게 활용하는 피나 바우쉬에게 저는 커다란 충격과 전율을 느꼈습니다."


영화 <길 (La Strada)>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Federico Fellini : 1920 ~ 1993)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영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작품을 남긴 작가주의 감독인 페데리코 펠리니 역시 피나 바우쉬의 매력에 빠진 거장 중의 하나다. 펠리니는 1983년 발표한 작품 <돛단배 (E la nave va/And the ship goes on)>에서 피나 바우쉬를 직접 캐스팅해 출연시키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피나 바우쉬는 눈 먼 공작 부인 역을 맡아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는데, 앞은 볼 수 없지만 식견을 갖추고 있던 이 캐릭터는 마치 암흑과도 같은 무(無)의 상태에서 무용수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형태와 방향을 더듬어 찾아나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녀 자신을 닮아 있었다. 펠리니는 또한 사진가 마텐 아빌레(Maarten Vanden Abeele)가 피나 바우쉬의 작품 사진을 책으로 출판할 당시 직접 사진집의 서문을 맡아 써주기도 하였다.


라틴 음악의 대부
까에타노 벨로조 (Caetano Veloso : 1942~)


'브라질의 음유시인’, ‘라틴 음악의 대부’로 불리우는 위대한 뮤지션 카에타노 벨로조는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1997년에 콘서트를 가졌던 바 있다. 이 콘서트 실황을 녹음한 앨범 「Omaggio a Federico e Giulietta」는 1999년 음반으로 발표된 후 세계 언론의 격찬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월드 뮤직 필청 음반’으로 꼽히고 있는 명반 중의 명반이다. 이 음반의 17번 트랙에는 ‘Dama Das Camelias’란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벨로소는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특별히 피나 바우쉬를 위해 부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곡은 1982년에 초연된 피나 바우쉬의 작품 <카네이션>에서 다른 버전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피나 바우쉬는 <아쿠아>를 비롯한 몇몇 작품에서 벨로조의 음악을 삽입하기도 했다.

"펠리니와 마찬가지로 저는 피나 바우쉬와도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