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묵 겨울전] 천개의 강에 나무를 새기다
장태묵, ‘목인천강(木印千江)’, 캔버스에 아크릴, 116×80.5㎝, 두루 아트스페이스의 ‘천개의 강에 나무를 새기다’전, 2월 17일까지[진선북카페 건너편 삼청동주차장 바로 뒤 알록달록 이쁜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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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묵]천개의 강에 나무를 새기다- 작가 노트-
때론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껴야 할 때가 있다.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작업실 밖의 다른것들을 관념 속에 담은 채, 특정한 장소나
기능을 위한 것도 아니며, 보여진 대상, 작품간의 기이한 삼각관계 이외에는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고
내 자신을 표현하고 있으며, 작품의 시각세계의 물체와 '닮은' 단순한 재현도 아니다.
시각세계의 자연의 변화 과정, 즉 시각적 자료에서 오는 어떤 통찰력과 창조적 충돌의
존재로써 자연의 영감을 받기도 한다.
개인의 감추어진 내면세계 또는 집합적인 상징의 영역 중 자연에서 터득한
개인적인 무의식의 세계에 침착함으로써 작업의 원천을 찾아간다.
자연의 견지에서 그림을 읽어낸 경험이 있는 자 만이 반대로 그림의 견지에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나 자신은 빛의 메시지를 물감의 암호로 풀기도 하고, 다시 변형시켜 투과하기도 한다.
대상을 투시하고, 끈적하게 들러붙은 촉감적 촉수로 대열에서 이탈하고, 대열이 깨어 움직이는, 말하자면 지루하게 반복되는
속에서, 연극적인 제스처에서 벗어나, 자연과 어우러지는 바탕이 되어 내 삶의 총체적인 한 방향으로 보여지고 싶다.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와 경험의 질서를 부여하고 자연의 질서에 기대어 삶에 대한 방향감각, 즉 가지를 내기도 하고,
퍼져나가기도 하는 정연함을 나무의 뿌리에 비유하고 싶다. 뿌리로부터 나오는 수액은 나를 통하고, 나의 눈으로 전달된다.
때론 나 자신을, 나무의 줄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 흐름의 힘에 의해 부서지고 흔들리면서 나의 비전을 작품에 쏟아 붓는다. 온 세상이 보는 앞에서 나무의 꼭대기가
뿌리의 모습으로 자랄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한 채... 정해진 위치에 서서 나무의 줄기처럼, 저 아래심층부에서 올라오는 것을 모아서 전달하는 일을 맡아 수행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그 누구 위에서도 군림하지않으며, 운명인 듯, 늘 두렵고
고독한, 어두운 밤하늘을 더듬으며.....일상표현들을 포장하지 않는다.
색채를 만드는 것, 색을 칠하는 것, 특정한 효과를 위해 재료를 혼합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자연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붓을 통해서 살아나는 자연의 모습에 나 자신의 움직임과 색깔을 입힌다. 관념으로서가 아닌, 생명의 터에 뿌리내린 숨겨진 형상들을
드러내어, 보이는 그대로의 자연색이 되어 지적인 여과 없이 투명한 눈으로 읽는데 집중한다. 자연의 형상이 내 작품 속에 반영 되듯,
대상을 물속에서 투영시켜, 나와 대상(자연)을 동일화 시키는 과정에서 그 어떤 외부적인 행위보다 안으로의 관조를 중요시한다.
자연속에서 깊이 뿌리내린 비밀의 샘을 하나의 풍경으로 완성하고픈 욕심을 가진 채...
오늘도 내일도 내 작업은 이어진다...
여백의 풍경 100.0*65.2
여백의 풍경 116.7*72.7
여백의 풍경 116.7*72.7
여백의 풍경 116.7*72.7
여백의 풍경 90.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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